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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읽기/4. 자산군별 분석

3. 금(金)은 언제 안전자산이 되지 않는가

금(金)은 언제 안전자산이 되지 않는가

① 금은 본질적으로 ‘심리의 자산’이다

사람들은 금을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 믿음의 근거는 오랜 역사 속에 있다.
전쟁과 위기, 화폐가 흔들릴 때마다 금은 가치의 피난처로 여겨졌다.
하지만 금의 본질은 심리의 상징이다.
금 자체가 수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는 오직 사람들이 그것을 ‘믿을 때’ 생겨난다.
따라서 금의 가격은 안전자산이라서 오르는 게 아니라,
불안이 커질 때마다 그 불안을 반영하기 때문에 오른다.
문제는, 세상이 불안할 때만 빛나는 자산은
세상이 안정을 찾으면 가장 먼저 빛을 잃는다는 점이다.

 

② 금과 금리의 역학관계

금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질금리다.
명목금리가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함께 오르면
실질금리는 낮게 유지되고, 그때 금값은 상승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금리가 오르면
실질금리가 높아지고 금의 매력은 줄어든다.
왜냐하면 금은 이자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이 많아질수록,
금의 기회비용은 커진다.
즉, 금은 단순히 인플레이션에 강한 자산이 아니라,
‘실질금리 하락’에 강한 자산이다.
이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안정기를 ‘금의 시대’로 착각하기 쉽다.

 

③ 안전자산의 환상 — 불안이 사라지면 금도 약해진다

위기 국면에서는 금이 빠르게 오르지만,
그 위기가 장기화되면 상승세는 둔화된다.
2020년 팬데믹 초기, 금 가격은 급등했지만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가 생기자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이 완전히 붕괴할 정도의 공포가 오면
투자자들은 금조차 팔고 현금을 선택한다.
이때 금은 ‘안전자산’의 지위를 잃는다.
즉, 금의 강세는 불안이 커지되,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서만 유지된다.
공포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 금은 더 이상 피난처가 아니라
‘팔아서 생존해야 하는 자산’이 된다.
안전자산이 안전하지 않은 순간은
세상이 진짜로 무너질 때다.

 

④ 달러와 금, 두 안전자산의 미묘한 경쟁

금과 달러는 종종 같은 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쟁 관계다.
달러가 강세일 때 금값은 약세를 보인다.
왜냐하면 전 세계 금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같은 금 1온스를 사는 데 필요한 달러가 줄어든다.
즉, 달러 강세는 금의 상대가치를 낮춘다.
반대로 달러 약세는 금값 상승의 촉매제가 된다.
그래서 달러 인덱스와 금 가격은 보통 역(逆)상관관계를 보인다.
문제는, 달러가 강세이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시기 —
즉, ‘강달러 인플레 구간’이다.
이때 금은 방향을 잃는다.
불안이 커도 달러가 더 강하면, 시장은 금보다 달러를 택한다.

 

⑤ 금은 언제 ‘안전하지 않은가’

금은 안전자산처럼 보이지만,
다음 세 가지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하다.
첫째, 실질금리가 급등할 때 — 이자 자산이 매력을 가지면서 금 수요가 줄어든다.
둘째, 달러가 강세일 때 — 금의 상대가치가 하락한다.
셋째, 시장 공포가 극단일 때 —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마저 매도된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발생했던 시기가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초반, 2022년 금리 급등기였다.
즉, 금의 위험은 ‘경제의 불안’이 아니라 유동성의 부족에서 나온다.
돈이 말라붙으면, 아무리 귀한 금도 팔아야 한다.

 

⑥ 금의 진짜 역할 — 시간의 분산

그럼에도 금은 여전히 포트폴리오에 필요한 자산이다.
그 이유는 단기적 수익이 아니라, 시간의 분산 효과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이 함께 흔들릴 때,
금은 심리적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불안이 커질 때마다 사람들이 금으로 시선을 돌리기 때문이다.
결국 금은 가격이 아니라 마음의 보험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을 맹신하기보다,
위기 때마다 사람들의 심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금은 불안의 거울이다.
그 빛이 강하게 반사된다는 건,
세상이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