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경제 읽기/2. 금리, 채권, 인플레이션

6. 인플레이션 시대의 현금 보유 전략

mygoldenjourney 2025. 10. 18. 01:49

① 현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의 시대에는 현금이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자산이 된다. 돈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녹아내리는 것을 쥐고 있는 셈이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아무리 많은 현금을 들고 있어도 실질 구매력은 줄어든다. 과거에는 위기 때마다 “현금이 왕이다(Cash is king)”라는 말이 통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현금은 왕이 아니라 병사다. 단기적인 방어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속 밀린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얼마나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목적의 현금이냐’다.

인플레이션 시대의 현금 보유 전략

 

② 비상금과 기회자금은 구분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현금의 성격을 나눠야 한다. 비상금은 생활의 안정성을 위한 방어 자금이다. 예기치 못한 의료비, 실직, 급한 사업 자금 등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다. 반면 기회자금은 투자 타이밍을 기다리기 위한 공격 자금이다. 인플레이션기에는 시장이 불안정하고 자산가격이 출렁인다. 이때 현금은 단순히 ‘보유하는 돈’이 아니라 ‘움직일 준비가 된 돈’이다. 비상금은 줄이기 어렵지만, 기회자금은 너무 오래 쥐고 있으면 녹는다. 따라서 자산을 구성할 때는 비상금은 고정하고, 기회자금은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 순환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③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현금의 형태

현금이라고 다 같은 현금이 아니다. 단기 예금, MMF, RP, CMA, 달러, 금, 혹은 단기 국채 ETF까지 모두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때는 금리가 오르고, 그만큼 단기채의 수익률도 높아진다. 이때 예금 대신 단기채를 활용하면 단순한 현금 보유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또, 달러나 금 같은 대체 자산은 인플레이션기마다 역할이 다르다. 달러는 위기 초기에 강세를 보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완화될 때는 약세로 돌아선다. 반면 금은 심리적 피난처로서, 실질금리가 낮은 환경에서 강세를 보인다. 현금을 ‘한 통장에 두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현금을 역할별로 분산 보유하는 시대다.

 

④ 현금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착시

현금을 많이 보유하면 마음은 안정된다. 하지만 그 안정감이 경제적 효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계좌 잔고를 볼 때 ‘안도감’을 느끼지만,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그 잔고가 매일 조금씩 줄어드는 셈이다. 이 착시는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한다. “언젠가 가격이 떨어지면 사야지”라고 말하는 동안, 자산의 기초가치보다 현금의 가치가 더 빨리 줄어든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시대의 현금은 ‘심리적 안정’과 ‘경제적 비효율’의 경계선에 있다. 가장 현명한 투자자는 이 균형을 안다. 그는 현금을 쥐고 있으되, 그것이 녹아내리는 속도를 인식한다. 현금의 본질은 움직임이다. 머물러 있는 돈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⑤ 인플레이션 시대의 현금 전략 공식

첫째, 비상금 6개월치 생활비는 반드시 현금으로 보유하되, 금리형 예금이나 CMA로 옮겨둔다. 둘째, 기회자금은 분할 운용한다 — 3개월 단기채, 달러 자산, 금 ETF 등 세 가지로 나눠 인플레이션의 국면 변화에 대응한다. 셋째, 심리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중 10~20%는 언제든 현금화 가능한 상태로 둔다. 넷째, 금리 변동기에 맞춰 현금성 자산의 금리 스프레드를 점검한다. 예금 금리가 단기채 수익률보다 낮다면, 현금의 자리는 채권 쪽으로 옮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금 비중은 ‘불안할수록 늘리고, 확신이 생길수록 줄인다’는 원칙을 따른다. 현금은 언제나 두려움의 크기와 비례한다.

 

⑥ 현금은 방패이자 출발선이다

결국 인플레이션 시대의 현금은 단순한 ‘저축’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상징한다. 시장이 흔들릴 때 현금은 공포를 견디게 하고, 기회가 왔을 때는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을 쥐고만 있다면 방패는 녹이 슬고, 출발선은 영영 남의 것이 된다. 그래서 현금을 현명하게 보유한다는 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를 줄이지만,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 진짜 부는 현금의 양이 아니라, 현금을 다루는 감각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