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경제 읽기/1. 유동성과 자산시장

QT 종료 이후의 자금 흐름 — 유동성의 복귀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mygoldenjourney 2025. 10. 16. 02:40

① QT의 본질 — 중앙은행의 ‘보이지 않는 손’

QT(Quantitative Tightening, 양적 긴축)는 단순히 중앙은행이 자산을 줄이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돈의 순환 속도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이다. 팬데믹 이후 연준은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매입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약 9조 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게 지속되자, 연준은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즉, 만기 도래 국채와 MBS(주택저당증권)를 재매입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자금이 빠져나가게 만든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회계 조정처럼 보이지만, 이 과정은 금융기관의 초과준비금 감소로 직결된다. 은행의 준비금이 줄면,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줄고, 이는 곧 단기금리 상승 → 기업의 조달비용 증가 → 투자위축의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QT의 목적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유동성 순환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자산시장 전반의 체온을 낮춘다. 그래서 투자자들에게 QT는 단순한 통화정책이 아니라, ** “돈의 숨결을 거둬들이는 과정” ** 으로 인식된다.

QT 종료 이후의 자금 흐름 — 유동성의 복귀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② QT 종료 신호 — 숫자보다 먼저 움직이는 시장

QT의 종료는 연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이미 시장에서 감지된다.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역레포(Reverse Repo) 잔고다. 역레포란 연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 자금을 빌려들이는 형태로, 이 잔고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시중에 남는 초과자금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몇 달간 역레포 잔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은, **“유동성이 민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가 완만해지거나, 만기 도래 자산의 일부를 재투자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이를 ‘QT 완화’로 받아들인다. 2019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연준은 QT를 조기 종료하고 단기 레포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그 직후 글로벌 증시는 10% 이상 반등했다.
즉, QT 종료의 실질적 효과는 정책 자체보다 **‘시장 기대의 변화’**에서 먼저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스탠스 변화를 감지하는 데 매우 민감하며, 그 미세한 신호에 따라 자산배분 전략을 선제적으로 조정한다. 이때부터 ‘위험자산 회복의 전조’가 나타난다. 채권금리가 안정되고, 달러 강세가 둔화되며, 성장주의 프리미엄이 서서히 복귀하기 시작한다.

 

③ 유동성의 복귀 메커니즘 — 돈은 어디로 먼저 흘러가는가

QT가 멈추면, 시중은행이 보유한 초과준비금이 서서히 늘어나고 단기금리는 안정된다. 이 안정은 은행의 신용창출 능력을 회복시키는 첫 단추다.
은행 입장에서 준비금이 충분하면 기업 대출을 늘릴 수 있고, 가계의 신용공급도 확장된다. 실물경제에 자금이 돌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투자심리도 회복된다.
이 과정은 즉각적이지 않다. 통상적으로 QT 종료 이후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주식시장의 거래량과 위험자산 비중이 동시에 늘어난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현금 비중을 줄이는 전략”으로 전환한다. MMF(머니마켓펀드)에서 묶여 있던 자금이 국채, 리츠, ETF, 대형 기술주 등으로 이동하며, 자산시장 전체가 다시 호흡을 되찾는다.
결국 유동성의 복귀는 **“심리적 확신이 회복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금리가 낮아지는 것보다, “이제 중앙은행이 긴축을 멈췄다”는 신호가 훨씬 강력하다. 시장은 숫자보다 방향성에 반응한다.

 

④ QT 이후의 자산시장 — 새로운 사이클의 서막

QT 종료 이후의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유동성이 돌아오더라도,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자산 간 차별화가 극명해진다. 초기에는 채권금리가 안정되고, 이어서 성장주 중심의 밸류에이션 회복이 나타난다.
이후에는 리츠·원자재·비트코인 같은 대체자산이 반등하는데, 이는 “유동성 장세의 후반부”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반등은 일시적일 수 있다. QT 종료는 유동성의 방향 전환일 뿐, 경기회복의 보장은 아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순히 ‘돈이 돌아온다’는 낙관에 기대기보다, 실질금리·기업이익·소비심리의 삼각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실질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되고,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국면이 진정한 “리스크온(risk-on)”의 신호다.
QT 종료는 자산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열지만,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내포한다. 유동성이 복귀하면서 버블이 재형성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긴축의 전조가 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QT 종료 이후에도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돈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흐름이다. QT의 끝은 유동성의 시작이지만, 그 유동성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기대심리와 공포의 간극이다. 그래서 진정한 투자자는 QT 종료 그 자체보다, 그 이후의 인간 심리를 관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