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융 경제 읽기

(30)
4. 리츠(REITs)와 부동산 펀드의 금리 민감도 분석 리츠는 ‘건물’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판다리츠(REITs)를 단순히 “건물에 투자하는 펀드”로 이해하는 건 절반만 맞다.리츠의 본질은 부동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Cash Flow) 에 투자하는 것이다.즉, 월세·임대료·운영수익이 배당 형태로 돌아오는 구조다. 그래서 리츠의 가치는 부동산의 시세가 아니라그 건물이 얼마나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이 점에서 리츠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지대에 있다.현금흐름이 안정적일수록 채권처럼 움직이고,경기 확장기에는 주식처럼 성장한다.이중적인 속성이 리츠를 ‘금리 민감 자산’으로 만든다. 금리가 오르면 리츠가 흔들리는 이유리츠의 가장 큰 적은 금리다.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배당수익률의 상대 매력도 감소한다.예를 들어 시장금리가 2%일 때 리..
3. 금(金)은 언제 안전자산이 되지 않는가 금은 본질적으로 ‘심리의 자산’이다사람들은 금을 안전하다고 믿는다.그 믿음의 근거는 오랜 역사 속에 있다.전쟁과 위기, 화폐가 흔들릴 때마다 금은 가치의 피난처로 여겨졌다. 하지만 금의 본질은 심리의 상징이다.금 자체가 수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그 가치는 오직 사람들이 그것을 ‘믿을 때’ 생겨난다.따라서 금의 가격은 안전자산이라서 오르는 게 아니라,불안이 커질 때마다 그 불안을 반영하기 때문에 오른다.문제는, 세상이 불안할 때만 빛나는 자산은세상이 안정을 찾으면 가장 먼저 빛을 잃는다는 점이다. 금과 금리의 역학관계금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질금리다.명목금리가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함께 오르면실질금리는 낮게 유지되고, 그때 금값은 상승한다.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금리가 오르면실질..
2. 채권과 주식의 디커플링 현상 — 포트폴리오 리스크의 핵심 변수 채권과 주식은 원래 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많은 사람들이 주식이 오르면 채권이 떨어지고, 채권이 오르면 주식이 떨어진다고 배웠다.하지만 그건 ‘이론적 관계’일 뿐, 역사적으로는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주식과 채권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특히 경기 확장기에는 기업 실적 개선 기대와 함께 채권금리도 상승했다. 즉,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경계가 지금보다 훨씬 흐릿했다.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와 초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채권이 ‘위험회피 수단’으로 고정되었다.그 결과, 주식이 하락할 때마다 채권은 반대로 상승하며 헤지(hedge)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디커플링의 시작 — ‘물가’가 관계를 바꿨다..
1. 주식시장은 왜 항상 ‘6개월 후’를 선반영하는가 주식시장은 현재가 아니라 ‘기대’를 거래한다주식시장은 언제나 미래를 산다.지금의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격에 반영한다. 그래서 주가는 경제지표보다 먼저 움직인다.기업의 이익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도,투자자들이 “곧 좋아질 것이다”라고 믿기 시작하면 주가는 상승한다.이 ‘기대의 거래’가 바로 선반영이다.통상적으로 시장은 향후 6개월에서 9개월 후의 경기를 미리 반영한다.이 시차는 투자심리, 정보 전달 속도, 정책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는 시간과 일치한다.결국 주식시장은 현실보다 빠른, 심리적 예측 장치다. 경제지표와 주가의 시차, 그 180일의 비밀GDP나 고용지표 같은 경제통계는 과거의 결과를 보여준다.하지만 시장은 그 결과를 기다리지 않는다.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기업의 실적이 ..
6. 환율과 수출주, 그리고 코스피의 숨은 상관계수 환율은 코스피의 그림자다코스피 지수를 움직이는 힘은 금리나 물가보다 환율의 방향에 더 민감하다.그 이유는 단순하다.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코스피 상장기업의 약 60% 이상이 수출 중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달러가 강세일수록 원화는 약세가 되고,이는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결국 환율은 코스피의 ‘후행 변수’가 아니라 ‘선행 신호’에 가깝다.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안정될 때보다,오히려 환율이 출렁일 때 더 빠르게 포지션을 조정한다.그들의 시계는 실적이 아니라 환율의 기울기를 본다. 수출주의 체력은 환율보다 가격에 있다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매출이 증가하지만,그게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진짜 중요한 건 가격 경쟁력의 지속성이다.환율 급등이 단기적이면..
5. 유로화 약세가 글로벌 경기회복에 미치는 양면성 유로화 약세는 단순한 통화 현상이 아니다유로화의 가치는 단순히 유럽의 문제가 아니다.그건 세계 경제의 방향과 신뢰를 동시에 반영하는 거울이다.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유로화는 약해졌고,그 약세는 단순히 환율 문제가 아니라 유럽 경기의 체온 저하를 의미했다. 유로존의 경제는 서로 다른 국가들의 균형 위에 서 있다.독일은 수출 주도형, 프랑스는 소비 중심, 남유럽은 부채 의존도가 높다.따라서 통화정책이 조금만 흔들려도그 영향은 유럽 내부를 넘어 전 세계 무역 구조에 퍼진다.유로화 약세는 ‘유럽의 통화 정책 실패’가 아니라,세계가 유럽의 회복력에 대한 신뢰를 줄이고 있다는 신호다. 약세의 이면 — 수출에는 약, 내수에는 독유로화가 약해지면 당장은 수출 기업들에게 유리하다.특히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처럼 ..
4. 엔저의 구조적 원인과 아시아 금융질서의 변화 끝나지 않은 일본의 낮은 금리 실험일본의 엔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그건 30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의 누적된 산물이다.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버티기 위해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기 부양을 시도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일본 경제에서는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았다.결국 일본은행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로 진입했고,그 결과 엔화는 구조적으로 약해졌다.금리가 낮으면 외국 자본은 이탈하고,해외 자산에 투자하려는 일본 자금이 더 많아진다.이 자본의 방향 전환이 바로 ‘엔저의 근원’이다. 금리 차가 만들어낸 환율의 경사미국이 금리를 5% 이상으로 유지하고,일본이 여전히 0% 근처에 머물러 있다면그 차이는 단순한 정책이..
3. 위안화의 국제화가 달러 패권에 주는 위협은 현실적인가 ‘위안화 국제화’라는 오래된 꿈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위안화 국제화’를 외쳐왔다.그 목표는 명확하다.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질서에서 벗어나,자국 통화를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축으로 세우겠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중국은 무역결제, 외환거래, 국채 발행 등에서위안화 사용을 꾸준히 늘려왔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이후에는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대외 투자 및 차관의 상당 부분을위안화로 진행했다.이런 변화 덕분에 위안화는 2016년 IMF SDR(특별인출권) 바스켓에 포함되며명실상부한 ‘글로벌 통화 클럽’의 일원이 되었다.하지만 국제화는 단순히 제도적 지위를 얻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진짜 문제는 ‘누가 그 통화를 믿느냐’다. 국제통화의 본질은 신뢰다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